입춘이 지났건만 추위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달력은 봄을 알리지만 체감온도는 한겨울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한랭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올 겨울 들어 한랭질환 환자는 총 301명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2명이 사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간 247명보다 1.2배, 사망자는 5명에서 12명으로 2.4배나 증가한 수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입춘 이후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다. 봄이 온다는 기대감에 방심하기 쉽지만, 오히려 급격한 온도 변화가 신체 적응력을 떨어뜨려 한랭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최근 5년간 총 1,914건의 한랭질환이 신고됐으며, 이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5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치매가 동반된 사례는 234건으로 전체의 12.2%에 달해, 인지기능 저하를 동반한 고령층에서 한랭질환 위험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에서는 한랭질환의 종류와 증상, 그리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예방법과 응급처치법을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추위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다.

한랭질환의 종류와 발생 현황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인체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저체온증(전신성)과 동상·동창(국소성)이 대표적이다.
저체온증(Hypothermia)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심부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며, 인체의 열 생산이 감소하거나 열 소실이 증가할 때 발생한다.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면 혈액 순환과 호흡, 신경계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기억장애 발생, 점점 의식이 흐려짐, 지속적인 피로감, 팔·다리의 심한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저체온증은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로, 주로 혹한에 노출, 익수, 외상 등 실외 상황에서 발생한다. 반면 만성 저체온증은 며칠에서 수 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난방 부족, 고령, 영양부족, 약물 등 실내 요인과 기저질환이 주요 원인이며, 초기에는 떨림이 거의 없고 무기력, 혼미, 식욕저하 등이 나타나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동상(Frostbite)
동상은 추위로 인해 신체 부위가 얼면서 발생하는 손상으로, 주로 코, 귀, 뺨, 턱, 손가락, 발가락 등 말초 부위에 잘 생긴다. 1도는 찌르는 듯한 통증, 붉어지고 가려움, 부종이 나타나며, 2도는 피부가 검붉어지고 물집이 생기고, 3도는 피부와 피하조직 괴사, 감각소실, 4도는 근육 및 뼈 괴사로 진행된다.
동상은 초기에는 통증이 거의 없지만, 따뜻한 환경으로 이동하면 피부가 가렵거나 차갑게 느껴지고,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를 수 있다.
동창(Chilblains)
동창은 영상의 온도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추위에서도 혈관 손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동상처럼 피부가 얼지는 않지만, 손상 부위에 세균이 침범할 경우 궤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영상의 온도 환경에서도 꽉 끼는 신발을 착용해 발에 땀이 차는 경우 동창이 발생할 수 있다.
통계를 보면 한랭질환의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올 겨울 한랭질환 유형별로는 저체온증이 79.1%로 가장 많았고, 발생 장소는 실외가 74.1%를 차지했다. 고령층에서는 저체온증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젊은 연령층에서는 동상·동창 등 국소적인 한랭질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한랭질환 고위험군과 증상 인식
누구나 한랭질환에 걸릴 수 있지만, 특히 취약한 그룹이 있다. 저체온증 위험군은 음식 섭취나 보온(의복, 난방)이 적절하지 않은 노인, 노숙인이나 등산객 등 장시간 야외에서 지내는 사람, 알코올·약물 중독 등 술이나 약물을 과음(과용)한 사람, 추운 환경에 노출된 아기다.
동상 위험군은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경우와 극심한 추위에도 적절한 방한용품(장갑, 신발, 양말 등)을 착용하지 못한 경우다. 특히 저체온증과 동상 모두에 취약한 사람은 심뇌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 환자로, 급격히 추워지면 혈압이 상승하고 증상이 악화된다.
음주와 한랭질환의 관계도 주목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신체에 열이 올랐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추위를 인지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으며, 2023-2024년 동절기 한랭질환자의 21.3%가 음주 상태로 내원했다.
증상을 조기에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체온증의 경우 처음에는 심한 떨림이나 피부 변화가 나타나지만, 체온이 떨어짐에 따라 서맥, 호흡 저하, 기억상실이 나타나고 심할 때는 의식소실, 부정맥 등의 증상까지 발생한다.
동상의 경우 피부가 점차 희거나 누런 회색으로 변하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며, 피부 감각 저하와 함께 비정상적으로 촉감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방법과 응급처치
예방이 최선이다. 질병관리청이 제시하는 한랭질환 예방수칙은 다음과 같다.
생활습관 가벼운 실내운동, 적절한 수분섭취, 고른 영양분을 가진 식사하기가 기본이다.
실내 적정온도(18~20°C)를 유지하고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며, 어르신과 어린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반응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외출 전 체감온도를 확인하고 날씨가 추울 경우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외출 시 따뜻한 옷(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을 입고,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기. 신체 중 겨드랑이와 머리, 목은 심장에 가장 가깝고 큰 혈관이 지나고 있으므로 보온이 더욱 중요하다. 옷은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효과적이다.
응급처치
저체온증 환자를 발견하면 추운 날씨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신속히 병원으로 데리고 가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 빠르게 119로 신고하고 따뜻한 곳으로 옮겨준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 따뜻한 음료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동상의 경우 동상부위를 따뜻한 물(3942°C)에 2040분간 담그고, 따뜻한 물수건을 대주고 자주 갈아주며, 손가락·발가락 사이에 소독된 마른 거즈를 끼우고, 동상부위를 약간 높게 하며, 다리·발 동상 환자는 들것으로 운반해야 한다.
잘못된 민간요법 주의
동상 부위를 문지르거나 마사지하는 행위는 세포막이 파괴되어 조직 손상을 증가시키므로 금기이며, 뜨거운 물(50도 이상)이나 불을 이용한 직접적인 급속 재가온도 화상을 유발해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주므로 적정 온도인 37~39도 정도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 술을 마실 경우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열 손실이 빨라지고 상황 판단이 흐려져 저체온증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한파 쉼터 활용
야외에서 추위를 느낄 때는 '한파 쉼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주변의 행정복지센터, 편의점, 도서관, 경로당 등이 한파 쉼터로 운영되고 있다. 지도 앱에서 '한파 쉼터'를 검색해 가까운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입춘이 지났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더 위험하다. 올 겨울 한랭질환 환자와 사망자가 전년 대비 각각 1.2배, 2.4배 증가한 것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한랭질환은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외출 시 충분히 보온하며,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는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가 있는 고령층의 경우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수적이다.
응급상황 시 올바른 대처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동상 부위를 문지르거나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 술로 몸을 녹이려는 시도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39~42°C의 따뜻한 물에 담그고, 의식이 없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길이다.
날씨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준비는 할 수 있다.
체감온도를 확인하고, 보온에 신경 쓰며, 주변의 취약계층을 살피는 작은 실천이 생명을 지킨다.
입춘의 추위는 더 교활하다.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건강을 지키자.